1952년부터 광화문 일대를 지켜온 터줏대감인 '미진'은 한국식 냉메밀국수 전문점으로, 일본식 소바 쯔유보다 진한 맛의 간장 육수와 더 쫄깃한 식감의 메밀 면발을 선보인다. 식당 지하에 운영하는 공장에서 육수와 면을 직접 생산해 손님들에게 바로 바로 제공한다. 한 주전자 가득 담긴 육수와 테이블마다 인심 좋게 제공하는 메밀국수 고명은 기호에 따라 가감이 가능하다. 숙주와 두부, 신김치와 돼지고기 소로 채운 메밀전병 역시 이 집의 인기 메뉴인데, 일인분의 반인 한 줄씩도 판매한다.
교보빌딩 뒷편의 미진은 메밀국수로 반세기 동안 고객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물론 이집의 메밀국수는 한국음식이 아니다. 우리에게 '소바'로 알려진 일본음식이다. 메밀은 물론 메밀가루로 국수를 내는 방식이 우리나라에서 건너갔으니 일본식 메밀국수는 우리가 역수입한 음식인 셈이다. 메밀국수의 맛은 양념장에 달려 있다. 국수도 쫄깃쫄깃한 맛이 살아날 정도로 알맞게 삶아져야 하지만 국수에 찍어먹는 양념장이 맛을 좌우한다. 단골들이 말하는 미진의 감칠맛은 잘 삶아진 면발과 양념장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풍미다.
영업시간
10:00 - 21:30
(설날, 추석휴무)
"우리는 미진공식'에 따라 양념장을 만듭니다. 들어가는 재료만 14가지나 됩니다." 미진의 두 번째 주인 이영주씨도
맛의 비법을 양념장에서 찾는다. 양념장 만들기의 첫 단계는 무 다시마 쑥갓 파 등을 넣고 삶는 것이다. 그런 다음 이른바 미진공식에 따라 멸치 가다랭이 등 다른 재료를 순서대로 넣고 끓이기를 여러차례 반복한다.
메밀을 재료로 한 음식은 국수 외에도 메밀묵, 비빔냉면, 메밀 총떡이 있다. 지하에 국수를 뽑는 시설을 갖춰놓고 있다. 메밀은 평창 봉평등 강원산을 주로 구입한다. 메밀국수는 계절음식이다. 여름철 한철이 성수기라 메밀국수 한 종류만 갖고는 현상유지도 어렵다. 그 해결책으로 음식의 가짓수을 늘렸다. 한때는 젊은 세대를 위해 저녁에 생맥주까지 팔았다.
미진의 창업자는 고 안평순씨다. 이씨는 스스럼 없이 '고모'라고 부르는 안씨와의 만남을 숙연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78년에 미진을 인수했다.
"자식이나 다름없는 가게다. 너에게 줄 테니 늘 손님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잘 이끌어가라. 부디 미진의 이름을 더럽히지 말고 잘 지켜주면 좋겠다." 건강이 기울어 가던 안씨는 눈물을 쏟으며 미진을 맡겼다. 당시 이씨는 북창동에서 대형 일식집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안씨가 가끔 들리면서 인연이 닿았다. 둘은 자연스럽게 마음을 터 놓는 사이로 발전했고 이씨는 안씨를 '고모'라고 부르게 됐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남의 관계였지만 친정 어른처럼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이씨는 언젠가 "저도 고모님처럼 깨끗한 메밀국수집이나 했으면 마음고생이 덜 하겠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우연히 주고받은 그 대화를 고인의 마음속에 묻어 두었다가 자신의 삶을 정리하면서 이씨에게 미진을 넘긴 것이다.
부유한 가정에서 성장한 이씨는 음식장사는 꿈도 꾸지 못했다. 결혼 후에도 국영기업체에 근무하는 남편 덕분에 생활에 그다지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남편이 직장 일에 적성이 맞지 않아 고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장래에 대비 하자는 생각에서 일식집을 차렸다. 미진을 넘겨받은 이씨는 보다 넓은 공간을 찾다가 현재의 자리(60평)로 이전했다. 며느리가 옆에서 거들며 대를 이을 준비를 하고 있다.
안씨가 지금의 교보문고 자리에 미진을 연 때는 54년. 영업이 어느정도 궤도에 오르자 종로의 대로변으로 옮겼다.
안씨는 한때 일본에 거주하면서 메밀이 건강식품이라는점에 매료돼 조립법을 배웠다고 한다. " 그 분은 성격이 무척 깔끔했습니다. 메밀국수도 성격처럼 단백하고 맛깔스러워 장안의 명사들이 단골로 드나들었거든요. "이씨는 늘 한복차림의 고인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음식전은 물론이고 그 주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무척이나 인색하던 시절이었지만 안씨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서울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을 내놓는다라는 긍지를 잃지 않았다. 미진의 손님 역시 최고의 명사라고 여겼다. 그런 마음가짐과 단아한 성품이 어우러져 미진은 자연스럽게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갔다.
미진의 고객은 대부분 단골이다. 개업 때부터 드나들던 단골이 무척 많다. 박정희 전 대통령도 생전에 미진의 메밀국수를 즐겼다. 안씨는 물론이고 이씨도 주방장을 대동하고 여러 번 청와대에 들어갔다. 무용가 고 김백봉 여사는 미진의 찬미자였다. 단골음식점을 물으면 늘 미진을 꼽았다. 말년을 청주에서 보냈고 고 김기창화백은 서울에 올라 올 때 마다 미진을 먼저 찾았다. 일년에 300일 넘게오는 단골도 여럿 있다.
영업환경이 변하면서 이씨는 포기여부를 놓고 여러번 힘든 싸움을 벌여야 했다. 그럴 때마다 '고모'의 얼굴이 떠올랐고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곤 했다. 미진은 창업 50주년을 맞아 체인화를 시도하고 있다. 보름전 김 포시에 첫 분점을 냈다.
미진을 찾는 단골들은 메밀국수 가닥에 추억을 함께 섞는다. 맛에 대한 믿음이 늘 변함없길 바란다.
비빔메밀 8,500원
오뎅백반 8,000원
돌우동 8,000원
돌솥 비빔밥 8,000원
낙지 비빔밥 8,000원
낙지 돌솥 비빔밥 8,000원
낙지파전 13,000원
메밀 김치전 13,000원
오뎅안주 15,000원
보쌈(대) 35,000원
보쌈(중) 25,000원
보쌈(소) 15,000원
고양 스타필드에 위치한 광화문 '미진'
오랜만에 스타필드에 왔다.
늦은 점심도 해결할겸 미진이라는 곳을 방문했다.
코로나 때문인지 아직까진 사람의 방문이 뜸해보인다.
빈 공간이 많았던 식당엔 앉을 자리가 많았다.
첫번째로 사람이 적고 넓은 곳을 선택했다.
본점엔 방문해본적이 없지만,
스타필드안의 체인점인 이곳은 맛이 과연 어떨지 궁금했다.
대형 쇼핑몰이 말해주듯 광화문 미진의 멋진 외관에 먼저 이끌려 매장을 방문하게 되었고, 유명한 맛집이 프렌차이즈 사업으로 성공한 식당은 맛에 대한 보장이 있었다.
실내는 여느 프렌차이즈와 같은 분위기로 깔끔하다.
주문은 낙지 비빔밥과 비빔메밀 각 1인분씩 주문.
양은 부족한 없이 가득함이 느껴졌다.
미역냉국의 시원하고 톡 쏘는맛이 입안을 돋궈줬다.
비빔메밀의 맛이 참 궁금했다.
과연 반세기가 넘는 동안 지켜온 맛집의 맛이 괜찮을지 한번 먹어보기로 했다.
프렌차이즈 매장마다 본점의 원래 맛을 따라가진 못하는게 일반적인것 같지만 스타필드를 믿어보기로 했다.
비빔메밀에 큰 기대를 했는데 생각보다는 쏘쏘한맛.
반세기동안 맛집의 매력이 느껴지진 않았다.
프렌차이즈마다 맛이 다를수도 있으며, 본점의 맛과 옛날 비빔메밀을 먹어본적이 없으니 내가 먹어본 맛이 맞을수도 있지만 내 기준엔 기본정도의 맛.
다음으로 낙지비빔밥.
비쥬얼 좋고 양이 거짓 2인분 정도이다.
낙지의 양도 푸짐해 보인다.
오히려 낙지 비빔밥의 맛이 더 훌륭했다.
적당히 불맛도 나고 약간 매콤함이 혀를 자극했다.
면보단 밥을 더 좋아하는 나이기 때문에 비빔국수의 맛이 크게 맛있다라고 못느꼈을수도 있다.
다음번엔 광화문 '미진'에서 비빔국수 원조의 맛을 느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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